중드 '의천도룡기 2019' 후기: 용두사미의 전형

2021. 1. 22. 00:02TV 보는 중

중국 무협 세계관의 정수를 담은 드라마 한 편(총 50부작)을 완주했다.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다.

채널차이나,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포스터

 

'의천도룡기'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협지'다. 서양 판타지에 톨킨이 있다면 중국 무협에는 의천도룡기 저자 김용이 있을 정도로 무협지를 다룬 중국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영웅문' 3부작이라고 하면 많이들 아실 텐데(당시 획기적인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해적판으로 들어온 불법 소설이고, 김영사에서 정식으로 출판 계약 체결 후 3부작의 총칭을 '사조삼부곡'으로 하면서 국내에 정식 출판되었다. 의천도룡기는 '사조영웅전' - '신조협려'에 이은 3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의천도룡기 1
국내도서
저자 : 김용 / 임홍빈역
출판 : 김영사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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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가 상술한 사조삼부곡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익숙한 이유는 90년대에 나온 이연걸 주연의 영화 때문일 수도 있다. 국내 개봉 당시 1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들었는데, 90년대는 지금의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개봉(서울에서 그 영화를 보려면 다른 데서 못 보고 딱 1곳에서만 볼 수 있는 거다)이었고, 관객수 집계가 서울만 했던 걸 감안하면 흥행에 상당히 성공한 편이다. 이후 토요명화, OCN 등에서 수차례 재방영했다. 이연걸, 홍금보, 장민, 구숙정 등의 홍콩영화를 좋아하시면 알법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다. 특히 이연걸의 화려하고 절도 있는 액션 연기는 지금 봐도 명불허전이다. 방대한 원작 소설을 축약하고 각색을 하고도 1부에 다 못 담아 결말부에 당당히 속편을 예고하고 끝났으나 2021년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의천도룡기 - Daum 영화

 

의천도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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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는 절대무공비급인 '구음진경'을 둘러싼 곽정과 황용 그리고 그 자식 세대인 양과와 소용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3부 의천도룡기는 2부의 100년이 지난 시기를 다뤘다. 그래서 1, 2부를 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이름들이 간혹 거론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의천도룡기' 란 제목은 작중 등장하는 기보 의천검(검: 양쪽 날, 찌르는 공격 위주)과 도룡도(도: 한쪽 날, 베는 공격 위주)에 얽힌 강호인들의 이야기를 뜻한다.

무림의 지존 도룡도라
천하를 호령하니 감히 따르지 않을 자 없도다
의천검이 나타나지 않으니 그 누가 예봉을 다투랴

의천검과 도룡도는 무림세계의 최고의 기보로 도룡도를 지니면 절대 고수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 모두가 탐내는 물건이다.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와 비슷한 포지션으로 이해하면 된다) 서로의 목숨을 빼았으며 도룡도의 주인이 계속 바뀌지만 절대 행복해지지 않으며, 그 무기를 지녔다고 해서 단박에 무림고수가 되는 걸로도 그려지지 않는다.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채널차이나,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포스터

김용의 소설은 톨킨의 중간계 땅 같은 순수 무림의 세계를 다루는 여타의 무협지와 달리, 실제 역사속 흐름을 배경으로 한다. 의천도룡기는 원-명 교체기를 다루고 있어서, 망해가는 원나라의 조정과, 세력을 키워가는 명태조 주원장 등의 실존인물이 거론된다. 중국 역사를 아시는 분들은 흥미로울 부분들이 다수 있다. 본래 김용의 소설들은 이민족에게 나라를 빼앗긴 역사적 상황에서 무협 판타지라는 상상력을 가미해 다시 한족이 부흥하는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장무기'는 어린 나이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죽을 위기에 몇 번씩 처하는 전형적인 무협지의 주인공 역할로 나온다. 그 고생에 대한 보상과 무협지 특유의 기연으로 젊은 나이에 무림 절대 고수 자리에 오른다. 기를 모아 일장을 날리고, 경공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협지로도 볼 수 있지만, 의천도룡기의 진짜 장르는 금단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물이라고 봐야한다. 장무기의 부모대에서부터 시작된 철천지 원수간의 사랑 이야기가(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 내용이다. 복수로 얽혀있는 비통한 강호를 벗어날 수 없는 비운의 남녀의 애정관계를 다룬다. 그래서 작중 인물들도 본인의 신분과 집안에서 자유로운 외딴섬에서의 생활에서 행복해하지만, 다시 중원으로 돌아가서는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채널차이나,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스틸컷

혹자는 장무기의 하렘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중 여성 캐릭터들이 미녀로 묘사되는데,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여배우들의 캐스팅이 남다르다. 은소소, 주지약, 조민, 소소 등의 캐릭터를 맡은 여배우들의 미모는 80년대 이후 꾸준히 드라마로 제작된 그간의 의천도룡기중 역대급 캐스팅을 자랑한다. 드라마는 다른 부분들도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했다. 제작비를 고려했을 때 나름 괜찮은 CG(물론 어색해 보이는 장면도 꽤 많다)와 중국 무협물 다운 현란한 와이어 액션, 강호의 풍경을 담은 로케이션 촬영 등 전반적인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다. 다만 극 후반부에 들어서는 용두사미꼴이나 그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드라마 초반의 빙화도 로케이션과, 후반의 소림사 전투신을 비교해보면 다른 드라마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정도다.

 

드라마는 총 50부작의 웬만한 대하드라마 급의 분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중드 특성상 '지난 이야기', '다음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40~45분 정도밖에 안된다. 한국 드라마가 1화에 70분 정도인걸 생각하면 한드 기준 30부작 정도로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 중국 무협지에 관심이 많고, 일드, 한드에 지쳐 볼 게 없는 상태라면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티빙, 웨이브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중국 무협 드라마
추천 포인트 김용 월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후반부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드라마 퀄리티를 견딜 수 있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