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후기: 서투른 만듦새, 진중한 메시지

2020. 12. 12. 00:02영화 보는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일부 영화는 공개를 앞두고 1~2주 정도 먼저 극장 상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개봉한 뮤지컬 영화 '프롬'이 그랬고, 이 영화도 그렇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다.

NETFLIX,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컷

[지구에 종말이 찾아오고 있다. 새로운 식민지 행성을 찾기 위해 은하 곳곳으로 탐사선을 보냈으나, 목성의 위성 K-23으로 간 '에테르호'를 제외하곤 모두 행방불명이다. 임무 완수후 복귀중인 에테르호는 지구와 통신이 닿질 않는다. 이제 북극 연구소의 '어거스틴'과 에테르호의 '설리' 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교신을 시도한다]

 

 

작중 지구의 모든 것은 파괴됐다. 지구의 기온은 북극의 얼음들을 녹일 정도로 높고, 산소마스크 없이 못 돌아다닐 정도로 대기 중 공기는 오염됐다. 지상에 생명체들은 모두 죽어가고, 인간들은 지낼 곳을 찾아 점점 땅 밑으로 내려간다. 지하로 내려간 사람들도 죽었는지 살았을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반 할리우드 영화처럼 과학자가 나와서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하는 설명충의 장면은 없다. 왜 이런 종말이 왔을까. 마블의 타노스도 아니고, 어떤 외계인들의 침공도 아니고, 소행성 충돌도 아니다. 저 인간 스스로 지구에서 살다가 자멸의 위기에 빠진 것뿐이다.

 

조지 클루니 제작, 감독, 주연의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릴리 브룩스돌턴의 '굿모닝 미드나이트'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처음 들어보는 매체들이지만)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셀프 어웨어니스'에서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책'에 뽑힌 이 작품은 2020년 영화화되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굿모닝 미드나이트
국내도서
저자 : 릴리 브룩스돌턴(Lily Brooks-Dalton) / 이수영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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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어거스틴(조지 클루니)은 불치병을 앓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상태다. 본인의 고집스러운 성격에 여기서 죽으나 가서 죽으나 똑같다며 북극 천체연구소에 홀로 남아있다. 그가 마지막 소임으로 여기는 것은 수년 전에 각 행성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 나간 탐사선들에게 지구의 소식을 알리는 것. 매일 교신을 시도하는 중에, 혼자인 줄 알았던 연구소에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어린 소녀, '아이리스'다. 

 

아이리스와 어거스틴의 관계는 할리웃 영화에서 흔히 보였던 할아버지-손녀 포지션의 관계다. [혼자인 게 좋았던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손녀뻘의 아이에게 정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중에는 그 아이가 본인의 인생과 맞바꿀 어떤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아이를 통해 본인의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되면서 회한을 느낀다.] 같은 익숙한 내용들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클리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후반부에 영리하게 비틀어서 소소한 반전을 선사한다. 다만 감동과 재미는 그렇게 크지 않다. 애초에 재미를 위해 2시간 동안 플롯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주선 에테르호의 상황과 지구 북극에서 어거스틴의 상황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그 둘이 만나게 되는 접점에 집중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긴장감을 줄 요소들을 배치한다. 우주와 설원에서의 위기 상황도 익히 봐온 장면들이 많다. 

 

 

NETFLIX,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스틸컷

이 영화의 분위기는 '그래비티'나 '마션'보다는 '인터스텔라'에 가깝다. 지구는 이미 황폐화되어가고 새로운 우주 식민지가 필요한 상황. 일종의 아포칼립스물이다. 인터스텔라가 가족영화였다면,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메시지의 전달'에 집중한다. 작중 배경은 2049년. 지금처럼 살다가는 29년 뒤에 우리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는 단순하지만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업영화에서 흔히 봤던 억지 감동포인트나 경쾌한 액션 장면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상업 영화적 작법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덮으려 하지 않음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영화의 흐름은 좀 길다. 그래서 다소 지루한 편이다. 90~100분 정도로 편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씬과 씬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고, 일반 영화에서 사용하는 다음 씬에 대한 복선의 배열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에테르호의 내부 모습과 우주를 배경으로 무중력으로 유영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특히 목성의 위성을 묘사한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제작비 때문인지 너무 짧게 보여주는 게 아쉬울 정도다. 넷플릭스를 구독 중이고, 이런 류의 현실감 있는 SF영화를 좋아한다면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현실감 가득한 SF 우주 영화
추천 포인트 넷플릭스를 구독중이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지루한 영화가 싫은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