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원작과의 차이점 알아보기 (스포有)

2020. 12. 11. 00:38재미로 영화 읽기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영화 '조제'가 공개됐다. 문득 원작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졌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일본판)과 '조제'(이하 한국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영화 관람 전이라면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츠네오와 영석의 알바

일본판은 마작 도박장에서 일을 한다. 그곳에서 새벽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와 관련된 괴상한 소문을 듣게 되고, 밤새 일을 하고 새벽에 귀가하면서 우연히 조제와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한국판에서는 투썸플레이스 커피숍에서 일을 한다. 


조제와의 첫 만남

장애인 손녀를 둬 주위의 시선이 두려운 할머니는 조제를 새벽에만 유모차에 꽁꽁 싸매서 산책을 시킨다. 할머니는 내리막길에서 유모차를 놓치게 되고 츠네오는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요청에 넘어진 조제를 도와주면서 조제와 처음 만난다. 한국판에서는 영석이 넘어져 있는 조제를 도와주고 휠체어가 망가져 근처 슈퍼에서 리어카를 빌려서 집에 데려다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조제' 스틸컷

'밥 먹고 가'

한국이든 일본이든 밥 먹고 가라는 정서는 비슷한 것 같다. '밥 먹고 가'라는 첫마디는 일본판에선 할머니, 한국판은 조제가 한다. 도움을 받을 때의 상황의 차이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조제' 스틸컷

조제의 방

일본판의 조제의 집은 다다미가 깔려있고, 공간 구분이 없는 원룸 형식의 집이다. 그래서 조제는 방이 따로 없고, 이불장을 비우고 그곳에서 책과 스탠드를 놓고 자기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반면 한국판은 할머니방, 조제방, 거실이 따로 있고, 조제의 방은 할머니가 주워다 준 헌책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꾸며졌다.


두 번째 만남

일본판의 두 번째 만남은, 마작 도박장에서 괴상한 소문의 근원지(새벽에만 나타나는 유모차의 정체)를 알아보겠다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의 소리에 놀란 점장의 권유로 이루어지게 된다. 밥도 얻어먹은 사이니 별 탈 없는지 가서 확인해보라면서 말이다. 한국판은 우연히 가구를 줍는 할머니를 발견한 영석이 할머니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조제의 집에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된다.


음식 재료

일본판은 시골에서 부모님이 상경한 츠네오에게 각종 채소와 된장 등을 보내준다. 자신은 요리를 안 하니 쓸 일이 없다며 조제에게 건네주면서 맛있는 식사를 앞으로도 부탁한다며 능청스럽게 건넨다. 한국판은 커피숍에서 받은 명절 선물(김, 스팸)을 건넨다.


(주)디스테이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유모차 & 휠체어

일본판에서는 휠체어를 탄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츠네오가 업어주거나 유모차에 태워준다. 유모차에 스케이트 보드를 달아서 츠네오와 조제가 같이 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는 후반부에 고장 난 유모차를 보여줌으로써 변심한 츠네오의 모습을 보여주는 복선으로 활용된다. 한국판에서는 휠체어를 타는 모습이 나온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조제는 츠네오/영석에게 책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일본판에선 '신기한 구름', 한국판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둘 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국내도서
저자 :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 김남주역
출판 : 민음사 2008.05.02
상세보기

보육원

일본판과 한국판에는 조제가 보육원을 나오게 된 사연이 다르다. 일본판에서는 조제의 친구와 함께 어렸을 때 같이 도망 나온 걸로 돼있고, 한국판은 조제 혼자 도망친 걸로 돼있다. 조제의 주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호랑이

일본판은 조제와 츠네오가 같이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를 직관한다. 한국판은 유리창 너머 담장의 틈에서 호랑이로 보이는 헛것을 보는 걸로 원작을 오마주 한다.


세월

조제와 동거한 세월이 다르다. 일본판은 1년, 한국판은 5년.


(주)디스테이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물고기들

일본판에서, 물고기를 보고 싶어 한 조제는 수족관이 휴관하는 바람에 보지 못하고, 대신 바다를 본다. 그리고 조제는 바다를 테마로 한 모텔을 우연히 발견하곤, 거기서 묵자고 조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바닷속 모습으로 꾸민 객실 인테리어와 프로젝터로 쏜 물고기들을 본다. 한국판에서는 영석과 조제가 수족관의 물고기들을 나란히 바라본다.


(주)디스테이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틸컷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만 있는 내용

상술한 유모차의 설정은 원작에만 나온다. 스케이트보드를 연결해 개조한 유모차로 같이 산책하던 츠네오와 조제는 1년 후에 방치된 유모차를 보여준다. 그리고 옆집 꼬맹이들이 '오빠에게 고쳐달라고 해'라는 말에 조제는 '못 고친대'라고 담담히 답한다. 일본판에선 조제의 보육원 동기에게 차를 빌려 여행을 떠난다. 차를 빌려주면서 보육원 동기는 조제에게 '결혼하는 거 아냐?'라는 질문에 '바보 같은 소리'라고 답한다. 이는 변심한 츠네오와 그 마음을 알고 보내주려는 조제를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원작에는 츠네오의 남동생이 계속 나온다. 그래서 츠네오의 연애를 지켜보고 응원도 한다. 집안 제사가 있는 날에 맞춰 조제를 부모님께 인사시키는 여행을 출발한다. 츠네오는 장애인인 조제와의 결혼과, 그녀와 평생 살아야 할 삶에 현타가 온다. 그리고 동생에게 전화로 '일이 있어 못 가게 될 거 같아'라고 하니까 동생은 알겠다며 '형, 지쳤어?'라며 형의 마음을 읽는다.

 

그렇게 둘의 여행은 마지막 이별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이별 선언하는 장면 하나 없이, 담담하게 츠네오가 나가면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