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3. 11:35ㆍ영화 보는 중
100년 농사, 임업. 수십 년 된 나무를 벌목하고, 키우는 나무를 관리하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일. 남학생들의 좌충우돌 아티스틱 스위밍(구: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모습을 그린 '워터보이즈', 빅밴드 재즈에 열정을 다하는 '스윙걸즈', 적나라한 여객기내의 소동을 다뤘던 '해피 플라이트'까지.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특정 직업군을 좁고 깊게 그리며, 코미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진중성있게 다루는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2014년에 제작된 '우드잡'은 임업을 다룬 영화다. 산속에서 눈비 맞으면서 힘든 노동을 하는 3D직업으로 볼 수 있지만, 자연과 같이 호흡하는 건강한 일이다. 특히 인간의 수명은 100년이 안되기 때문에, 수대에 걸쳐서 이어지는 가업이다.
대학에 낙방 후 미모의 여성 이시이 나오키(나가사와 마사미 분)가 홍보하는 전단지를 보고 가벼운 마음에 임업 교육을 받게 된 '히라노 유키(소메타니 쇼타 분)'. 와이파이는 물론, 전파조차 통하지 않는 산골 벽지의 연수 생활이 시작된다. '시골에서 도시인의 적응기'가 적당한 코미디와 버무려져 영화는 흘러간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여기에 일본 전통의 애니미즘(사물에 신적인 존재가 깃들어져 있다고 믿는 신앙)과 임업을 다루는 경건함 마음을 진정성 있게 그린다. 특히 후반부 펼쳐지는 '48년 만의 축제' 시퀀스는 과히 압권이다. '이 장면을 카메라로 담고 싶어서 영화로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CG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진정한 블록버스터 장면이다. 다른 영화들(예: 커피 오어 티,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은 청춘을 그릴 때 너무 진지하게 그리거나 아니면 한없이 가볍게 그리거나 하는 우를 범하곤 하는데, '우드잡'은 이런 점을 지양한다. 적당한 수준의 고민과 청춘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영화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3D 직업 체험 청춘 영화 | ||||
추천 포인트 |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일본의 장인 정신+신토 사상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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