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7. 22:34ㆍTV 보는 중
의천도룡기 속 비극의 근원인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장본인인 곽정과 황용이 나오는, 사조삼부곡(소위 영웅문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하는 '사조영웅전 2017'을 완주했다. 사조영웅전의 뜻은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 독수리를 쏠 정도로 뛰어난 무사라는 몽골식 표현이라고 한다. (작중 주요 배경중 하나가 몽골이고, 칭기즈칸도 등장한다)
의천도룡기에서는 6대 문파(아미파, 소림파, 화산파, 공동파, 무당파, 곤륜파)라는 일종의 무협 집단이 형성돼있었다. 그보다 100여 년 전의 시대에 해당하는 사조영웅전에는 천하오절(중신통, 북개, 남제, 동사, 서독)이라는 개인의 무림고수들이 활약하는 시대이다. 동사서독은 왕가위의 영화로도 익숙한 명칭인데, 왕가위 감독이 이 천하오절을 소재로 만든 프리퀄이다. 김용의 세계관과는 무관하지만 왕가위 감독만의 철학과 캐릭터 해석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사조영웅전은 어설픈 CG로 도배하는 다른 무협물과는 달리, 배우들 간의 합으로 만든 아날로그 액션신들이 돋보인다. 종반부 2차 화산논검에서 고수들 간의 대결 장면은 화면 너머로 박력이 전해질 정도. 의천도룡기가 무림 기보 의천검과 도룡도를 둘러싼 이야기였다면, 사조영웅전은 구음진경과 무목유서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구음진경의 '구음백골조' 초식은 훗날 의천도룡기의 주지약이 터득하게 된다.
사조영웅전은 곽정과 황용, 그리고 천하오절에 해당하는 무림고수들의 캐릭터의 입체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아둔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곽정', 그런 곽정을 끌고 다니면서 내조하는 꾀순이 '황용'. 황용 역을 맡은 배우 이일동의 남다른 매력에 황용이 나오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까칠하지만 딸바보인 동사 황약사, 배운 거 없고 거지이지만 의협심과 무공 실력만큼은 최고인 북개 홍칠공 등.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사건 전개가 일품이다. 특히 곡삼 주막에서의 일주일 동안의 시퀀스는 왜 김용이 신필이라고 불렸는지 알 수 있을 정도.
성장배경 탓에 나라 팔아먹다 비참하게 죽은 양강. 그의 아들이 사조삼부곡의 두 번째 작품 '신조협려'의 외팔이 검사 양과다. 그를 괴롭히는 악역 포지션이 곽정의 딸 곽부다. 곽정과 황용 부부의 딸 곽양은 훗날 소림사에서 한 소년을 도와주는데 그가 의천도룡기 무당파 장문인 '장삼봉'이고, 곽양은 아미파를 창시한다. 의천도룡기의 멸절사태와 주지약이 속한 문파가 아미파다. 참고로 곽정과 황용 커플, 그리고 천하오절은 신조협려에 다시 등장한다. 두 작품 간의 시기가 불과 10여 년에 불과하기 때문. 1화 기준 45분이지만 이전, 다음 이야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30~35분 정도 된다. 총 52부작. 웨이브나 티빙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중국 무협 드라마 | ||||
추천 포인트 | 김용 월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중국 드라마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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