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MCU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에 대하여

2021. 1. 19. 00:02재미로 영화 읽기

* 개봉된 지 2년이 넘은 걸 감안하여, 하기의 포스팅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년 4월에 개봉해 관람객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기억하는가. 코로나 19로 마블 영화가 보기 드문 요즘 새삼스레 '인피니티 워'를 재관람했다. 개봉 당시 국내 관객 동원 1100만 명, 볼 사람은 다 봤을걸 감안해서 뒤늦은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의 진 주인공 '타노스'에 대해 파헤쳐 보는 포스팅을 해보고자 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타노스의 고향

타노스는 '타이탄'이란 행성 출신이라고 영화에서 밝힌다. 작중 후반부 아이언맨 일행과 '타이탄 전투'가 펼쳐지는 폐허가 된 행성이다. '인구론'을 거론하며 타이탄 행성 윗분들에게 1/2을 신분 고하 상관없이 죽이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당연히 거부당하고 타노스는 타이탄에서 추방된다. 시간이 지나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풍부하고 아름다웠던 타이탄 행성은 영화 속 모습처럼 멸망하게 된다. 타이탄의 멸망을 지켜본 타노스는 신념을 굳히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그 덕에 전 우주가 핑거스냅을 당하게 된다). 타이탄 행성은 자전축도 기울어져 있고, 공기도 희박하며, 중력도 불안정하다고 영화 속에서 묘사된다.

 

타노스의 나이, 

타노스의 나이는 약 1000살 정도라고 한다. 아스가르드 출신의 토르나 로키는 1500살 정도인데, 타노스는 그들보다 500살이나 어린 셈이다. 타노스는 체구는 언뜻 봐도 상당히 커 보인다. 인피니티 워 초반부에 헐크와의 1대 1 결투에서 보면 둘의 덩치가 비슷한데, 헐크의 키가 2.6m 인걸 보면 타노스는 살짝 작은 2.5m 정도로 보인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타노스의 철학 + 리더십 + 능력

타노스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가장 철학적인 빌런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우주 정복이 목적이 아닌, 본인만의 철학(무작위로 우주 생명체의 1/2을 날려야 균형이 맞춰져 은하계가 보존된다)을 갖고 있다. 실제로 1800년대 나왔던 '맬서스 트랩'이란 이론에 근거해 영화에 반영된 걸로 보이나, 지금껏 우리들이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이미 틀린 게 증명된 이론이다. 루스 형제 감독 피셜로, 우주를 잡초가 가득한 정원으로 인식하고, 자신이 하는 전쟁, 살인의 행각을 잡초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타노스의 특별함은 본인의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에 있다. 적당한 때가 왔음을 캐치한 타노스는 스스로 직접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 '인피니티 워'의 시작이 곧 타노스의 여행이었던 셈이다. 타노스는 부하들을 시켜서 실패하는 멍청한 빌런이 아니고, 스스로 행동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 흔하게 묘사되는 빌런들 특유의 선민사상, 우월감, 사리사욕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저 우주적 소임을 다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을 뿐이며, 다 이루고 나서는 그저 초야로 물러나 농사나 짓겠다는 말을 하며, 후속편인 '엔드게임'에서는 '타농부'로 살고 있음이 밝혀진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지구를 망치는 기생충 같은 존재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빌런들은 007, 킹스맨 등에서 익숙하게 봐왔지만, 소수의 권력자를 제외하고 다수의 일반시민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인피니티 워'에서 묘사된 핑거스냅 후의 모습을 보면, 아군 적군 가릴 거 없이 사라지는 게 확인된다. 심지어 핑거스냅 대상에서 본인을 제외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전 우주적 존재중 1/2를 날리면서 자신의 목숨, 진영 여부를 고민하지 않았으며, 핑거스냅 후에는 본인이 살아남았음에 또 다른 운명론을 받아들이면서 상술한 타농부로서의 소임을 하면서 살아간다.

 

본인의 사상을 나불대면서 영화 속 주인공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떠벌이 악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타노스는 본인의 사상을 굳이 설득시키려 하지도 않고, 필요한 말만 하면서, 그저 자신의 철학을 행동으로써 보여줄 뿐이다. 부하들만 강하고 본인은 허약해 빠진 악당류와 달리 타노스 스스로도 엄청 강하다. 헐크의 능력은 어벤져스 1편에서 'We have a Hulk'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어벤져스의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데, 그런 헐크를 건틀릿 없이 몸빵만으로 완벽하게 제압한다. 인피니티 스톤을 하나씩 얻으면서 스톤만의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해 건틀릿에 장착과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특히 여러 가지 스톤을 동시다발적으로 상황에 맞춰 사용해 어벤져들을 제압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소울스톤'을 얻는 과정을 보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 하는 면모도 보인다. 타인에게 감정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로 그려지는 흔한 영화 속 빌런과는 달리, 타노스는 자신의 수양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심지어 그녀를 희생하는 과정에서는 눈물까지 보인다. 일종의 거짓말탐지기 역할인(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을 희생해야 소울스톤이 생김) 소울 스톤을 손에 넣는 걸 보면 그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히어로 영화는 그 빌런의 매력이 사는 만큼 영화의 완성도가 올라간다.(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의 조커) 타노스는 전천후 완성형 빌런이기에 어벤져들이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시빌 워를 겪으면서 분열된 어벤져스 일행들은 막강한 타노스에게 맞서 싸워보지만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결국 인피니티 워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하고, 1/2가 소멸되는 핑거스냅을 막지 못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컷

타노스의 운빨

역사적으로도 영웅/악당들은 그 운대도 맞아야 업적을 이룰 수 있다. 타노스는 상술한 리더십, 전투능력, 철학적인 것도 전천후 완성형인 데다가 심지어 운빨도 좋았다. 타노스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내에서 손꼽히는 능력자인 건 맞지만, 그보다 강한 우주적 존재들이 인피니티 워 당시에 사라진 상태였다. '토르: 다크 월드'를 겪으면서 약해진 '오딘'은 로키에 의해 지구로 내쫓기다시피 하고, 결국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죽고 만다. '헬라'가 등장하면서 아스가르드는 멸망하고, 토르는 인피티니 워에서 막강한 전력이 될 수 도 있을 군대를 잃게 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스타로드는 신적 존재에 가까운 '에고'를 무찌른다. 최강의 마법사 소서러 슈프림 '에인션트 원'은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죽음을 맞는다. '쉴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거치면서 캡틴에 의해 해체됐으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어벤져들 간에 내분을 겪는다. 인피니티 사가를 거치면서 어벤져들 스스로 타노스에게 도움되는 행위를 한 셈이다.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 흑막 '타노스'를 위한 영화적인 스토리 전개인 것도 있지만, 적당한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직접 행동하는 실천력과 리더십이 타노스의 최종 승리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