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아보는 영화 : '승부'

2020. 12. 19. 00:02재미로 영화 읽기

이병헌과 유아인 배우의 영화 '승부'가 크랭크인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연기라면 내로라하는 두 배우의 합을 볼 수 있는 것도 모자라, 그 소재가 조훈현,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바둑계 두 전설의 어떤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펼쳐질지 미리 알아보자.

CJ 엔터테인먼트, 바둑을 소재로 하는 영화 '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세계 바둑계 최초 전관왕, 세계 최초 바둑 국제기전 그랜드 슬램, 바둑 기사 최다 연속 우승 기록 등. 조훈현 9단의 타이틀들이 그의 명성을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그는 한국 바둑계의 역사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9세의 나이에 프로에 입문한 조훈현은 일본으로 건너가, '세고에 켄사쿠'의 예하로 들어가 수학하게 된다. 당시 세계 바둑계는 일본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제자를 집으로 들여 성인이 될 때까지 바둑을 가르치는 '내제자'라는 방식이 있었다. 그의 윗세대에 해당하는 조남철, 김인 9단도 일본으로 건너가 '기타니 미노루'의 내제자가 된 경우이며, 조훈현은 '세고에 켄사쿠'의 내제자가 된다.

 

성인이 된 조훈현은 바둑 월드컵이라고 일컫는 '응씨배 세계 바둑대회' 초대 우승 등의 상술한 화려한 기록들을 세우며 전성기를 맞는다. 그리고 한국 바둑계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부채감과, 그가 했던 것처럼 제자를 거두라는 주변의 권유에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이창호 9단은 그가 10살이 되던 해에 조훈현의 내제자로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인 11세에 프로에 입단하고, (참고로 최연소는 조훈현 9단의 9세 기록) 15세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통산 140번의 우승, 최다 국제대회 우승. 최다 연승 기록(41연승), 16.5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제 바둑기 전우승 등, 20년간 세계 바둑 정상의 자리를 수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자 이창호의 전성기가 스승 조훈현의 내리막으로 발현된다. 동거 동락하면서 가르친 제자가 스승을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한 집으로 돌아가 같이 먹고 한 지붕 아래에서 잔다. 옷도 제대로 못 입었다는 이창호를 아들처럼 키웠다는 조훈현의 아내. 그녀는 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안의 싸늘한 공기와, 승부에 져 말없는 남편을 바라보는 심정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아내와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복잡 미묘한 감정. 그렁그렁한 눈빛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던 이병헌이 어떻게 스크린에서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렇게 본인의 최정상의 자리를 제자에게 내준 조훈현은 잊혀가는 바둑기사가 된다. 하지만 은퇴의 길을 걷지 않는다. 하루 4~5갑씩 피우던 애연가였던 조훈현은 담배도 끊고, 기존의 바둑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다시 연마한다. 그리고 만 50세가 되던 2002년, 세계 삼성화재배 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제자 이창호와의 대국에서도 승리를 거머쥔다. 

 

 최근 체스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의 인기가 한창이다. 비슷한 소재의 바둑은 스크린에 어떻게 담을지. 조훈현 역할의 이병헌, 이창호 역할의 유아인. 연기력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두 배우가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심리전은 어떻게 그려낼지. 스승을 이겨야 하는 제자, 그런 제자에게 쉽게 져주고 싶지 않은 스승의 신경전을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