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사무라이의 시대' 후기: 오리엔탈리즘의 얄팍함

2021. 3. 26. 00:02TV 보는 중

'오리엔탈리즘: 서양의 시선으로 보는 왜곡된 동양의 모습 등을 일컫는 말.' 최근 새롭게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는 미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다. 와패니즈(일본 문화에 심취한 서양인들)들이 열광할 '사무라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전국시대의 3 영걸(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을 훑어보는 수준의 얄팍한 TV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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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 '스틸컷'

울지 않으면  죽여버릴 터이니  두견새야   : 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으면  울려 보이마  두견새야   : 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마  두견새야   : 도쿠가와 이에야스

'울지 않는 두견새'.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절부터 전해저 오는 센류(정형시)가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울게 만드는 방법을 두고 세 인물의 캐릭터를 묘사한 걸로 보인다. 짧지만 세 인물의 성격과 방법의 차이가 상징적으로 한눈에 드러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는 제목에서 '사무라이'라고 해놓고,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3명의 다이묘의 삶을 가볍게 훑는다. '사무라이의 시대' 보다는 '다이묘의 시대'가 더 어울리는 다큐멘터리다. 문제는 동양의 문화에 대한 접근을 서양인의 관점에서 자극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 있다는 것. 오다 노부나가의 외양을 산적 두목처럼 묘사하고, 여러 다이묘 중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캐릭터 묘사가 편한 애꾸눈 다테 마사무네의 분량이 너무 많으며, 능글맞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단순한 야심가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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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 '포스터'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도요토미가 임진왜란을 일으키면서 나오는 재연 장면에 있다.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는 조선의 평민들의 복색과 갓 쓴 선비의 모습에서 조선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임진왜란을 다루면서 이순신을 제외하는 것도 모자라, 여러 전쟁 중 곽재우의 의병투쟁만 나온다. 아마 다큐의 취지인 '무사'의 연장선에서 많은 의병장들 중 곽재우만 콕 집어 다큐에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빈약한 고증과 허접한 자료 조사 수준을 확인한 순간부터 '사무라이의 시대'를 비롯한 넷플릭스에서 만드는 모든 다큐멘터리의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간 생각 없이 본 넷플릭스의 다른 다큐들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함께 말이다.

 

제작비가 모자랐는지 대부분의 장면들을 숲 속에서만 찍었다. 일본 배우들은 10여 명 정도만 나오고 전쟁 씬의 규모가 매우 작다.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은 '혼노지의 변', 단 하루 만에 끝난 '세키가하라 전투', '오사카성 겨울의 진, 여름의 진' 등 전국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훑는 수준으로 다룬다. 1550년대부터 도쿠가와가 죽는 1616년까지. 전국시대 3영걸이 활동한 70여 년의 시간을 40분짜리 6부작에 욱여넣은 탓이 크다. 몇몇 드라마들 때문에 역사 고증의 문제점들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사무라이의 시대'를 볼 시간을 아껴 다른 작품들을 볼 것을 추천한다. 여러모로 허접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일본 전국시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추천 포인트 '역사 왜곡'이라는게 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평소 재밌게 보고 신뢰하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