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후기: Life is So Beautiful

2021. 1. 20. 19:15영화 보는 중

픽사는 1995년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무수한 애니메이션을 선뵈어 왔다. 그중 단 두 차례(카 2, 메리다와 마법의 숲)만 제외하고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보여줬다. 해마다 명작을 만드는 명품 공장장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소울'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소울' 스틸컷

'소울'의 연출을 맡은 '피트 닥터' 감독은 그 전작들만 보더라도 심상치가 않다. 영화 오프닝 10분 만에 울리고 시작하는 '업', 털북숭이 괴물이 귀여워지는 '몬스터 주식회사', 슬픔조차 끌어안게 되는 '인사이드 아웃'까지. 보고 나면 맘 한편을 뭉클하게 하면서 미소 짓게 만드는 피트 닥터 감독의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그의 신작 '소울'은 픽사의 '코코'와 '인사이드 아웃'의 궤를 같이 한다. '코코'처럼 사후세계를 다루며, '인사이드 아웃'처럼 사람의 내면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학교에서 파트타임 잡(한국으로 치면 시간강사, 계약직)으로 재즈 밴드부를 가르치는 '조'. 그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평생의 소원이었던 재즈클럽에서의 연주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됐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 그대로 객사한다. (엄밀히 말하면 죽은 건 아니고 혼수상태다) 본인의 그토록 갈망하던 재즈 연주자의 삶이 눈앞에서 좌절된 조는 어떻게든 다시 현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파 안달 난 조. 재즈에 대한 열정이 그의 삶을 지탱해준 게 틀림이 없다. 조는 이제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사후세계를 시끄럽게 뒤엎고, 다이내믹하게 현생으로 돌아간 다음, 멋지게 재즈 피아노를 연주한 후, 성공한 삶을 산다]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영화는 절대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클리셰를 뒤엎고, 또 뒤엎고, 아예 엎어버리는 스토리 전개로 유명한 픽사의 명성처럼 이야기는 한 치 앞도 예상이 불가능하다.

 

영화는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영혼체 '22'에 집중한다. 삶에 집착하는 '조'와 삶에 흥미가 없는 '22'. 두 캐릭터를 대조시키면서 픽사가 말하고픈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의 감정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업'에서는 여행가로서의 꿈을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영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픽사. 또 한 번 영리한 방법으로 성인을 위한 동화를 읊어준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소울' 스틸컷

꼭 뭔가를 갈망하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하고, 큰 업적과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는 것도 인생일 수도 있다. 반대로 그저 하루하루 즐기는 평범함 조차도 또 다른 방식 중의 하나일 수 있다. 꼭 뭔가를 해내야 성공하는 삶이 아니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나의 삶'에 대한 가치부여를 타인이 할 수 없다. 극장의 스크린 앞에서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 대부분의 모습이 사실 조나 22와 다를 바 없을 거다. 목적에 대한 불꽃같은 열망이 전부가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 삶 또한 아름다운 것임을 영화는 일러준다. 때론 본인이 원하던 것을 이룰 때 그만한 감정적 보상이 있었는지 아니면 막상 이루고 보니 허망하진 않았는지 묻고 싶다. 영화는 그렇게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옳고 그름이 없는 각자의 인생살이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살이에 대해 지루하게 늘어놓는 영화는 아니다. 픽사 작품답게, 긍정적이고, 다이내믹하며 흥미진진하다. '나는 너무 평범한 게 아닌가', '너무 해놓은 게 없나',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나'라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이 된다면 2시간을 투자해서 '소울'을 감상해보는 걸 추천한다. 픽사 특유의 영화적 재미를 보장하면서 감동을 안겨주는 2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추천 포인트 인생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사후세계, 영혼같은 것을 안 믿는 분들에게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