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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A '데카당스' 후기: 무엇을 위한 이동 요새인가

망고소다 2021. 4. 3. 00:02

의문의 괴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인류의 마지막 이동 요새 '데카당스'. 세계가 망해버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 인류는 한정적인 곳에 갇혀있다시피 살아서 자유와 평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타의 일본 만화에서 익히 접해왔던 설정들이다. NUT사의 오리지널 TV 애니메이션 '데카당스'는 이런 클리셰에 가까운 설정들을 뒤엎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한다. 

ANIPLUS, '데카당스' 스틸컷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가까운 존재인 '가돌'. 그들에 의해 전 지구의 인류가 괴멸하고, 최후의 생존 요새인 '데카당스'에서 가돌과 맞서 싸우는 여정이 펼쳐진다. 가돌은 어디서 나타난 존재이며, 인류는 어쩌다 멸망했고, 데카당스는 어디서 온 요새란 말인가. 최근 마지막 이야기가 한창인 '진격의 거인'과 비슷한 느낌의 설정들이다. 일본 만화를 익히 접한 사람들에게는 지겨울 정도의 음모론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데카당스'만의 특이점은 탄탄하게 설계한 세계관의 반전을 불과 2화에서 모두 알려준다는 것. 애초에 후반부 반전의 충격으로서 활용할 계획이 없었던 듯싶다. 문제는 총 12화 중 남은 10화의 텐션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 가돌과 격돌하는 현란한 활강 액션의 장면들도 많이 없으며,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와의 암투가 주요 쟁점인데 그마저도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높이 3,000m(참고로 국내 최고 높이인 제2 롯데월드의 높이가 555m다.) 짜리 움직이는 거대한 도시에 가까운 '데카당스'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은 흡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연상된다.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 이고깽(이세계 고교생 깽판물)이 넘치는 작금의 일본 애니메이션 생태계에서 '데카당스'같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드는 NUT사의 패기가 기특하다. NUT사는 아이언맨 수준의 활강액션을 멋지게 연출한 '유녀 전기'를 만든 제작사. '모브사이코 100'에서 카메라 앵글을 회전시키며 화려한 액션 연출이 특기인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연출작이다. 넷플릭스 등에서 볼 수 있으며, 1화 기준 20분 분량의 12부작이다. 

그래서 재밌냐? YES NOT BAD SO-SO NOT GOOD NO
'재미'의 종류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일본 TV애니메이션
추천 포인트 '숨겨진 세계관이 주는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추천
비추 포인트 긴장감 가득한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비추천

 

ANIPLUS, '데카당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