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중(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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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이트 월' 후기: 인해전술로도 덮을 수 없는 허접함
'맷 데이먼' 배우의 영화 중 망작 반열에 들었다는 작품이 있다. 그것도 중국 영화에 출연하면서 말이다. 넷플릭스 통해서 본 영화 '그레이트 월'이다. 개봉일을 찾아보니, 최초 중국 개봉은 2016년이고, 한국 개봉은 2017년 2월이었다.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고편에서 접했던 '그레이트 월' 특유의 이질감이 기억이 난다. 중국 특유의 대규모 제작비로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맷 데이먼이 화면에 잡히는 거였다. 맷 데이먼은 할리우드 내에서도 A급 배우일 텐데 중국까지 날아가서 촬영을 했다는 게 다소 어색해 보였던 기억이 난다. 맷데이먼은 본인의 영화 출연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로 감독을 꼽았었다. 감독을 바꾸지 않는 조건으로 속편을 출연했던 '본 시리즈'(1편만 '더그 라이먼..
2020.11.24 -
영화 '런' 후기: 일그러진 모성애가 주는 서스펜스의 극한이자 한계
하늘이 무너져도 내 편일 것 같은 '엄마'라는 존재는 국적 불문하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나 보다. 철석 같은 엄마가 일그러졌을 때의 공포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뒤틀린 모성애의 극한을 보여두는 영화, '런'이다 영화는 산부인과에서 시작된다.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신생아를 애처롭게 지켜보는 산모. 그리고 당뇨, 심장병 등등 아이가 가지고 태어났을법한 질병들이 화면 가득 자막을 띄운다. 화면이 바뀌면 하반신 마비와 다른 질병을 달고 사는 딸 '클로이' (키에라 앨런)의 모습을 비춰준다. 홈스쿨링을하며 대학 합격통지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몸이 성치 않은 아픈 딸을 위해 직접 키운 채소와 종류별로 매번 약을 챙겨주고 헌신적으로 사는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의 모습이 나온다..
2020.11.20 -
영화 '택스 콜렉터' 후기: 시아버지가 아들내외를 못 믿을 때 생기는 일
롯데시네마 앱에서 '무비 싸다구' 칸이 있는데, 거기서 한 번씩 1천 원-3천 원-5천 원 관람권을 선착순으로 뿌린다. 적당한 운과 기회를 잘 노리면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반면에 인기 없는 영화들의 관객 모집을 위해서도 하는 경우도 있는거 같다. 그런 경우는 상대적으로 쉽게 1천 원 관람권을 구할 수 있다. 이번 영화 '택스 콜렉터'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택스 콜렉터'. 직역하면 '세금징수원'이다. 제목만 보면 세무서 이야기인가 싶지만, 작중 주인공들은 국세를 걷지 않는다. 보호비란 명분으로 LA의 모든 갱들에게 30%의 '세금'을 걷는다. (말이 세금이지 사실 삥 뜯는 거다). 갱들을 지켜주는 갱에 관한 영화인 거다. 미국 범법자들에 관한 영화니까 기관총, ..
2020.11.19 -
영화 '이웃사촌' 후기: 초반 코미디, 중반 감정과잉, 산뜻한 마무리
이 영화를 보면 누군가 떠오른다. 그분의 함자 한 글자 나오지 않지만 누가 봐도 자연스레 연상될 거다. 군부 독재시대에 가택연금을 당하고 민주화를 외쳤던 故김대중 대통령 말이다. 가택연금과 도청을 소재로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영화 '이웃사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실제로 가택연금을 당했었다. 박정희 정권 때와 전두환 정권 때 둘 다 그렇다. 영화의 배경인 1985년, 미국에서 귀국 후 김포공항에서 안기부 요원들에게 연행됐고, 동교동 자택에 가택연금을 당하게 된다(실제 가택연금 중에 영화처럼 도청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 '1987'처럼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대통령 선거의 직선제 수용(그전까진 간선제였다.), 노태우 - 김영삼에 이어 1998년에 15대 대통령으로..
2020.11.18 -
영화 '내가 죽던 날' 후기: 연출이 영화를 죽이던 날
이 영화를 보게 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김혜수와 이정은 두 배우. 김혜수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영화계에 보석 같은 배우이다. 이정은 배우는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에 이어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고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배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다음 포인트로는 여성 영화라는 점. 그간 충무로에는 남자들만 나오고 남자들이 사건을 해결하고 여성들은 피해자로만 그려졌다. 오죽하면 여성이 나오는 시나리오가 없어 반강제로 쉬고 있다는 배우들이 많을 정도였다. 남자 캐릭터만 우글대는 영화들 속에서 이런 여성 영화는 언제나 반가울 뿐이다. 외딴섬에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인 현수(김혜수)는 이를 수사하게 된다. 자살이라는 사건과 외딴섬이 주는 폐쇄성의 결합은 영..
2020.11.12 -
영화 '반도' 후기: K좀비를 곁들인 연상호 감독판 매드맥스
2016년, '부산행'을 극장에서 재밌게 봤었다.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 Z'같은 좀비 블록버스터를 한국에서도 완성도 있게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내 관객 동원 1,100만 명, 아시아 극장가도 휩쓸더니, 월드 박스오피스 1.29억 달러의 대흥행을 기록했다. 제작비 115억으로 10배를 벌었으니 웬만한 할리웃 영화보다 나았다.(미국 블록버스터는 보통 제작비 1억 달러 정도에 2배도 못 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4년 후 2020년, 부산행 속편이 나왔다. 전편과 같은 연상호 감독 연출의 '반도'다. 부산행은 막판에 분유광고, 신파라느니, 소희의 발연기 등 몇 가지 단점들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장점들이 더 많은 영화다. 뛰는 좀비의 공포심, 좁은 기차 내에서의 서스펜스, 단순해질 수 있는..
2020.11.11 -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후기: 장르 영화의 쾌감
제목만 보면 무슨 영화인가 싶다. 2003년에 나온 장혁 이나영 주연의 '영어 완전 정복'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연상되기도 한다. 맥거핀 가득한 제목을 달고 나온 여성+기업+환경을 다루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1995년, 작중 묘사로는 굴지의 대기업인 삼진 그룹. 상고 출신의 여직원들이 대리 승진을 위해 사내 토익 공부를 한다. 제목과 연관된 내용은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페놀 유출 환경오염 - 인근 주민들의 피해 - 삼진 그룹의 피해보상 - 기업의 비리 - 페놀유출의 흑막 - 삼진그룹 경영권 방어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연달아 이어지는 사건들의 탐정 역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주역 캐릭터들이 맡는다. 이자영(고아성)은 불의를 못 참고 끝까지 파헤치고 정유나(이솜)는 걸 크러쉬 역할, 심..
202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