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중(122)
-
찰리 채플린 영화 '키드' 후기: 100년이 지나도 통하는 감성
작은 모자에 딱 붙는 상의, 너무 큰 바지, 다 떨어진 구두, 그리고 지팡이와 콧수염. 찰리 채플린을 상징하는 '떠돌이(The Tramp) 캐릭터의 모습이다. 100년 전인 1921년에 개봉한 그의 작품 '키드'는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국내에 재개봉했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보이는 꼬맹이 '키드'에서 알 수 있듯 떠돌이가 우연히 한 아기를 주우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에 흑백영화다. 극 중 대사는 일반적인 자막도 아닌 화면 가득한 자막으로 짤막하게 표현되고, 그마저도 잘 없다. 심지어 효과음도 거의 없다. 러닝타임 동안 흐르는 구슬픈 배경음악이 영화의 정서를 표현한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표현하는 그의 코믹 연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통하는 최고의 배우라는 걸 입증한..
2021.01.23 -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 후기: 인도라는 닭장에서 벗어나는 방법
인도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새롭게 공개됐다. 타임지가 선정한 2021년 가장 기대하는 39편의 영화에 선정된 '화이트 타이거'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아라빈드 아디가'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화이트 타이거는 2008년 출시된 이후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그리고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손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화이트 타이거 국내도서 저자 : 아라빈드 아디가(Aravind Adiga) / 권기대역 출판 : 베가북스 2009.03.20 상세보기 영화는 '발람'이라는 사람이 본인의 성공신화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성공신화라고 하니까 나이 지긋한 기업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발람은 많아야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다..
2021.01.23 -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후기: Life is So Beautiful
픽사는 1995년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무수한 애니메이션을 선뵈어 왔다. 그중 단 두 차례(카 2, 메리다와 마법의 숲)만 제외하고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보여줬다. 해마다 명작을 만드는 명품 공장장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소울'이다. '소울'의 연출을 맡은 '피트 닥터' 감독은 그 전작들만 보더라도 심상치가 않다. 영화 오프닝 10분 만에 울리고 시작하는 '업', 털북숭이 괴물이 귀여워지는 '몬스터 주식회사', 슬픔조차 끌어안게 되는 '인사이드 아웃'까지. 보고 나면 맘 한편을 뭉클하게 하면서 미소 짓게 만드는 피트 닥터 감독의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그의 신작 '소울'은 픽사의 '코코'와 '인사이드 아웃'의 궤를 같이 한다. '코코'처럼 사후세계를 다루며, '인사이드 아웃'처럼 사람의..
2021.01.20 -
넷플릭스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후기: '말 안듣는 AI' 영화 추가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새롭게 공개됐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팔콘'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앤서니 매키'가 주연 + 제작한 영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는 일종의 고질병이 있다. 영화 초중반부에 볼거리 왕창 넣고 뭔가 대단한 영화인 것처럼 포장을 한다. 그렇게 해서 TV 앞에 앉아 리모컨을 쥔 시청자를 초반부터 사로잡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든 끝까지 봐야 하는 극장 상영작과는 달리, 언제든지 채널을 돌려버리면 되는 OTT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방안인 것 같다. 문제는 한정된 제작비를 초중반에 몰빵 하다 보니 후반 들어서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흐지부지 된다는 점이다. 이번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에도 이런 고질병은 또 반복된다. 영화의 배경은 근미래다. 지상 ..
2021.01.16 -
영화 '호빗 : 다섯 군대 전투' 후기: 허접한 마무리
이제 피터 잭슨 감독은 중간계 땅 전문가라고 불러줘야 할 판이다. 톨킨 옹의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6편이나 채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문가 치고 호빗 시리즈 1, 2편에서 좀 삐걱대는 거 같더니 마지막 3편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영화 '호빗 : 다섯 군대 전투' 다. 이번 영화 '다섯 군대 전투'는 크게 보면 '재물을 탐하지 말라'라는 교훈을 지녔다. 에르보르의 드워프들이 계속되는 금광 채굴에 스마우그에 뺏겼고, 그 스마우그도 허무하게 죽었다. 힘들게 되찾은 에르보르는 제대로 한번 지켜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막이 내렸다. 호빗 자체가 톨킨 옹의 아들에게 자기 전에 들려주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교훈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그 화자가 돈에 눈이 먼 할리우드라서 그런지, 와 닿지가 않는다. 한 ..
2021.01.14 -
영화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후기: 시리즈 최고의 엔딩요정 스마우그
뜻밖의 여정 이후의 두 번째 호빗 시리즈를 관람했다.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다. 우선 이 영화는 3부작 중 2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대단원의 막을 위해 달리던 중 허겁지겁 끝날 수 가 있으며, 이야기를 하다만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문제는 그래도 너무 그렇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3부작을 회고해보자. 반지의 제왕 2편 '두 개의 탑'은 왕의 귀환이라는 마지막 챕터를 가기 위한 두 번째 이야기다. 하지만 헬름 협곡 전투라는 닫힌 스토리 안에서 이루어졌고, 3편에서는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줬다. '스마우그의 폐허'는 그 제목답게 스마우그만 보여주다 끝이 났다. CG팀을 갈아 넣은 것 같은 스마우그의 표현은 정말 대단..
2021.01.06 -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 후기: 배우에는 박수를, 영화에는...
2021년 새해가 밝은 1월 1일,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오리지널 영화가 공개됐다. 영화 '차인표'다. 영화 '차인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애초에 극장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한 영화다. 안타깝게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콜', '승리호'처럼 제작비 회수를 위해 넷플릭스로 직행한 케이스다. 이런 경우는 영화 제작비에 10~20% 정도를 추가한 금액 정도로 넷플릭스가 구입을 하고, 흥행성적에 따른 러닝개런티 같은 건 없다. 영화사업이 한번 봇물이 터지면 대박이 되는 걸 감안하면 제작사 입장에선 상당히 불리한 거래지만, 이런 어려운 시국에 본전이라도 챙기는 게 괜찮을 수 있는 조건이다. 이 영화는 차인표를 하루아침에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