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3. 01:02ㆍTV 보는 중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몰아 보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작 : 대시 & 릴리
미국에서는 유독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거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 넷플릭스에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다루는 영화,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특수 편승을 노리는 드라마 한 편을 성탄절보다 앞서 보고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대시 & 릴리'다.
모르는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재밌는 줄 알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 생각보다 넷플릭스는 볼 게 없고, 그중에 믿고 거르는 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거. 물론 예외의 경우들이 있지만 대다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만들다 만듯한 느낌이 많이 들고, 초반에만 스케일이 크고 뒤로 갈수록 대충 수습하는 느낌이 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시 &릴리'는 예외의 경우에 속한다. 무심코 틀었는데 끝까지 다 봐버렸다.
예고편만 봤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남자와 좋아하는 여자의 만남을 다루는 흔한 크리스마스 물일 거 같았다. 빨간 다이어리를 소재로 뭔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얼굴을 서로 모르고 하는 느낌이다. 요즘은 잘 안 하지만 언젠가 익숙했던 감성이다. 맞다, 펜팔, 교환 노트 같은 아날로그 감성. 이메일도 아니고, 문자 메시지도 아니고 SNS로 소통하는 IT시대에 교환 노트라니. 이 감성을 오롯이 아는 사람은 나이 꽤나 있을법한 사람들일 거다. 이 감성이 신선하다면 요즘 세대 일거고.
'시애틀의 잘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같은 펜팔 감성,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들은 벌써 20,30년이 지난 명화 반열에 드는 작품이 됐다. 그만큼 낡고 오래된 느낌이다. 대시 앤 릴리는 이런 감성을 다시 꺼내 드는 걸 선택했고, 이는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 감성을 아는 이들은 추억이 돋게 되고, 모르는 이들은 신선하게 느껴질 테니까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고, 책을 덕후 수준으로 좋아하고 냉소적인 '대시'는 우연히 서점에서 빨간색 노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크리스마스에 만남을 전제로 책을 이용한 퀴즈와 도전과제들이 주어져 있다. 그렇게 대시는 낙관적인 성격의 노트 주인 '릴리'와 교환 노트를 시작하게 된다.
매번 서로에게 일종의 미션이 주어지고, 미션이 끝나면 노트를 받는 것을 반복한다. (주로 어떤 가게에서 미션이 행해지고, 그곳 주인에게 상대방이 맡긴 걸 돌려받는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빨간 노트에 적힌 내용보다 서로에게 주는 미션이다. 대시와 릴리는 닮은 점이 없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래서 미션도 상대방의 성격에 정반대의 미션이 주어진다. 그 미션을 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게 되고, 본인이 두려워하던 거에서 한 발자국 떼는 연습을 하게 된다.
대시와 릴리는 매일 얼굴 보고, 통화하고, SNS로 소식 퍼 나르는 사이보다 맘속 깊숙한 곳을 서로 어루만져주는 관계가 되어간다. 그래서 서로의 이름도 잘 모르고(이점이 후반부에 또 다른 복선으로 쓰인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지만 가슴속 깊은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SNS로 모든 정보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적당히 가려지지만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트리, 조명이 반짝이는 영상 속에서 감수성을 더 건드린다.
뉴욕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적재적소에 쓴 캐럴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돋워준다. 오스틴 에이브럼스(대시 역), 미도리 프랜시스(릴리 역) 두 배우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다른 조연들도 특별한 악역 없이 주변에 있을법한 친구, 가족들로 구성돼있다. 연출은 적당하고, 편집은 지루하지 않고, 드라마 흐름도 빠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거나, 크리스마스 당일, 심지어 크리스마스 지나고 나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다 다루기 때문이다.) 1화 기준 30분 분량의 8부작. 웬만한 영화 1~2편 분량으로 가볍게 볼 수 있기에 휴일에 몰아서 보는 걸 추천한다.
그래서 재밌냐? | YES | NOT BAD | SO-SO | NOT GOOD | NO |
'재미'의 종류 | 크리스마스 미국 청춘 로맨스 드라마 | ||||
추천 포인트 | 아날로그 펜팔 감성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 ||||
비추 포인트 | DM, 카톡에 익숙해서 펜팔 감성이 이해가 안 되는 분들에게 비추천 |
드라마 '대시 & 릴리' 시즌2도 제작 중에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내 원작 소설 'Dash& Lily's Book of Dares'(총 두 권)이 따로 있으며 1권 분량으로 시즌1이 제작됐다. (고로 남은 2권으로 시즌2 제작 중이다)
'TV 보는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비밀의 숲 2' 후기: 변죽만 울리더니 시시한 비밀뿐 (0) | 2020.11.29 |
---|---|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후기: '에밀리'와 '파리'가 인상적인 드라마 (0) | 2020.11.25 |
일드 '한자와 나오키' 후기: 7년 만에 돌아와도 명불허전 (0) | 2020.11.17 |
드라마 '악의 꽃' 후기: 범죄의 파장에 대해 고민하는 드라마 (0) | 2020.11.16 |